- 분양대금으로 이자·소송비 지급
- 수익 일부 주며 해지 질질 끌어
- 운영사와 수익배분 갈등 호텔도
- 피분양자 대부분 사전조사 소홀
- 수익증서 꼼꼼히 안 살펴 ‘낭패’
- 공정위, 7월부터 허위·과장금지
- 국토부, 개별분양 적정성 검토
분양형 호텔 사업자들은 대부분 ‘수익률 ○○% 보장’ 같은 문구로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런 문구에 현혹돼 사전조사 없이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전문가들은 분양형 호텔에 투자했다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계약서를 꼼꼼하게 살피라고 조언한다. 정부는 허위·과장 광고 방지를 위한 규제안을 만들고 있다. 호텔을 개별 분양하는 행태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양 대금으로 확정수익 지급”
9일 취재진과 만난 A 호텔 피분양자 박모 씨는 “호텔 운영사가 거금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하는데 이 돈이 모두 피분양자들 분양대금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씨는 2014년 10월 1억8217만2000원을 내고 A 호텔 1개 객실을 분양받았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이 운영을 맡는 데다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들어서 입지도 좋았기 때문에 상당한 수익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했다. 2년간은 약속한 이자가 들어왔다. 그렇지만 2년이 지나자 이자는 1%대에 머물렀다.
박 씨는 “운영사가 수분양자들 분양 대금으로 이자를 지급해오고 있었다. 전형적인 다단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 씨가 공개한 수익증서에는 ‘(확정수익을) 계약자가 납입한 분양대금에서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이 호텔 피분양자 대다수는 고령자로 계약서 내용을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거금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A 호텔의 또 다른 피분양자는 “애써 모은 은퇴자금을 투자했지만, 은행이자도 안 나오는 데다 분양권 거래도 안 돼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B 호텔은 운영사와 피분양자 간 소송이 한참 진행 중이다. 피분양자들은 운영사를 상대로 명도·금전 청구 민사소송을 벌인 끝에 지난 2월 승소했다. 그렇지만 운영사가 항소해 법정 공방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B 호텔 객실을 분양받았던 김모 씨는 “확정수익을 2년 동안 지급하기로 했지만, 1년도 안 돼 밀리기 시작했다. 2개월 동안 이자를 안 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일부만 주는 식으로 질질 끌었다”고 떠올렸다.
2007년 문을 연 부산 첫 분양형 호텔인 센텀호텔은 수년 전부터 수익 배분을 둘러싸고 운영사와 투자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하 5층 지상 20층 규모에 543개 객실 규모로, 2016년 연말 위탁관리운영회사 계약이 만료되면서 법적 분쟁에 휩싸였다. 지난해 10월에는 법원이 호텔 운영사인 ㈜한창어반스테이에 대해 호텔 사무실 집기류 등을 철거하는 강제집행을 진행하면서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 호텔은 전 운영사 대표가 횡령을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재 투자자 중 절반 정도만 수익금을 받고 있고 나머지는 못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형 호텔 투자 속지 않으려면
분양형 호텔을 계약하기 전에 광고뿐만 아니라 계약서 등의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는 허위·과장광고 대부분이 대출 이자와 세금을 포함해 수익률을 부풀리는 유형이다. 사업자마다 ▷수익률 계산 시 대출금액 ▷부가가치세 환급금액 반영 여부 ▷취득세 반영 여부 등이 달라 계약서와 공급안내문을 통해 그 산출 내역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분양사업자들은 수익률 계산 시 일반적으로 분양금액의 40~60%를 설정한다. 해당 대출금을 분양금액에서 빼는 방식으로 실투자금을 계산한다.
수익보장 기간이 1, 2년 정도로 단기간임에도 이런 사실을 숨긴 채 장기간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도 잦다. 분양형 호텔을 수식하는 ‘특급’이라는 문구에 현혹돼서도 안 된다. 관광진흥법은 호텔을 1~5성급으로 구분하지만, 분양형 호텔은 이 법에 따른 관광호텔이 아니다.
공정위는 오는 7월부터 수익형 부동산 분양업체가 수익률을 광고할 때 ▷수익률 산출 근거 ▷수익 보장 방법 ▷수익 보장 기간을 명시하도록 했다. 국토교통부는 연내에 분양형 호텔 등을 개별 분양하는 행태에 대해 적정성을 검토하고 허위·과장 광고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호텔 업계에서는 애초 수익형 호텔 분양 사업자가 제시하는 수익률을 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보통 연간 분양대금의 7~10%의 수익률을 보장해준다고 광고한다. 연간 직원 월급, 각종 마케팅 비용, 객실 관리비를 빼고도 호텔 건축비의 7~10%를 남긴다는 이야기인데 불가능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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